평사리 최참판댁(崔參判宅)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66-7
평사리는 박경리(朴景利 1926~2008) 여사의 대하소설 토지(土地)의 무대입니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지리산 형제봉 산줄기와 모래가 많아 모래가람이라고도 불린 섬진강을 배경으로 토지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가득 찬 드라마 세트장입니다.
소설을 읽었거나 드라마를 시청한 분 들은 이곳이 세트장임을 알면서도 박경리 선생이 창조한 등장인물 700여명의 숨결과 체취를 느끼기 위해 최참판댁 별당에서 서희와 봉순이를 찾고, 용이네 초가에서 그를 둘러싼 여인들의 증오와 사랑의 원인을 생각 합니다.
최참판댁 사랑채나 한산사(寒山寺)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지리와 섬진이 빚은 평사리 황금들판 누렇게 벼 익어가는 모습과 그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서희와 길상의 부부송(夫婦松), 부담없는 크기의 동정호(洞庭湖)는 코스모스 핀 가을 하늘아래 잔잔한 감동을 자아냅니다.
이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섬진강 넘어 구재봉(龜在峰, 또는 구자산龜子山) 위로 거북이 한 마리 기어가는 모습은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놓칠 수 없는 자연의 신비입니다. 영물(靈物) 거북이 전설의 구재봉(767.6m )은 지리산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하동(河東)의 진산(鎭山)입니다.
평사리 최참판댁과 초가집들은 관람객들을 위한 편의점과 식당, 민박스테이 까지 갖춘 하동군의 성공적인 테마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오락 이상을 넘어 소설 토지의 토속성과 다양한 인간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이 얽힌 박경리 여사의 필력(筆力)과 필혼(筆魂) 살아 있는 곳입니다.